그랬다. 그리고 평소에 내 엄마가 나에게 자주 하셨던 말이 생각났다. . 이 책 속에서 읽었기에. 그러면서도 자신의 직업과 지위에 맞춰 가식적인 웃음을 짓기도 하고, 아이들을 봐주지 못해,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둘 만큼 나이 드는 동안 그녀의 어머니 또한 같은 시간 속에서 늙어 간다. 나의 엄마와 닮은 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어서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이해하고 싶었다. 문체가 그 어려움에 큰 몫을 했다. 인형과 소꿉놀이 보단 짧은 머리를 고집하던 유년시절,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남자를 위해 꾸미는데 집중하는 여인이 되는 것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했으며 자식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사람임을 나는 이 어머니의 일대기도 아닌,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엄마는 삶이 벅차 엄마를 잘 돌보지 못할 나에게 먼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 주신 거라는 것을. 정말 기막히게도, 독후감도 두서가 없다. 사람은 그러고 싶지 않아도 늙으면서 점점 추한 ......
남과 여를 읽고
남과 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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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 어려웠다. 문체가 그 어려움에 큰 몫을 했다. 아니 에르노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해본 터라 이러한 문체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문장은 끝까지 맺어지는 법이 없었고, 뜬금없이 독자들을 충분히 당황 시킬만한 단어들을 툭툭 내놓고는 했다. 문장으로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은 그냥 그대로 두었다. 아니 에르노는 굳이 문장을 완벽히 꾸민다거나 자세히 형용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 미사여구들이 아마 그녀 어머니를 책속에 있는 그대로 담기에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화자의 어머니가 우리 엄마와 똑 닮아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기막히게도, 그랬다. 지구 반대쪽에 있는 한 나라의 여인과 나의 엄마는 놀랍게도 닮아있었다. 인형과 소꿉놀이 보단 짧은 머리를 고집하던 유년시절, 특유의 사납지만 그 속은 따뜻한 말투, 본인이 누리지 못한 것을 우리에게 부족함 없이 주고자 하는 그 마음, 그녀가 평소에 손님들과 가족들 사이에서 가지고 있는 두 가지의 얼굴. 나는 그 여인의 모든 것들에서 나의 엄마를 발견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당차고, 깔보여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으며, 가식적인 교양 보다는 솔직함을 선호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직업과 지위에 맞춰 가식적인 웃음을 짓기도 하고, 밝은 색 정장을 즐겨 입기도 하고, 유행하는 영화와 유명한 작가의 이름에 관심을 가졌다. 자식들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뭐든 부족함 없이 키우려고 하였으며, 본인의 딸이 계속해서 어린아이이기를 바랬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남자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남자를 위해 꾸미는데 집중하는 여인이 되는 것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었다. (딸을 자신의 인형으로 보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녀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엄마와 닮은 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어서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이해하고 싶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했으며 자식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사람임을 나는 이 어머니의 일대기도 아닌, 소설도 아닌-. 이 책 속에서 읽었기에. 이 책은 시간 순서대로 흐른다. 작가가 어린 소녀에서 어느새 독립을 하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둘 만큼 나이 드는 동안 그녀의 어머니 또한 같은 시간 속에서 늙어 간다. 어머니는 끊임없이 화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랐다. 밤낮 없이 일하고 얻은 돈으로 딸의 대학 등록금을 냈다. 딸이 결혼 한 후에는 가까이 살지 못해, 아이들을 봐주지 못해, 집안일을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했고, 무슨 선물을 해야 그들이 좋아할지 고민했다. 평생을 함께하던 동반자(화자의 아버지)의 죽음 뒤에는 일부러 더욱 밝게 생활했다. 난 이 부분에서 울컥 눈물이 나왔다. 삶의 모든 것이었던 자식들은 모두 독립하여 가끔씩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다이며, 자신의 옆에 늘 함께였던 반려자를 잃은 그 어머니의 마음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자의 입장에서, 아니 딸의 입장에서 그녀와 함께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에서 오는 가슴 미어짐.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평소에 내 엄마가 나에게 자주 하셨던 말이 생각났다. “나는 늙으면 절대 너랑 안살 거다. 시설 좋은 실버타운에 보내줘. 사람은 그러고 싶지 않아도 늙으면서 점점 추한 사람이 되가는 거란다. 나는 내 자식들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그 때 엄마가 무슨 생각, 무슨 감정, 무슨 바람 이었는지 잘 느끼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은 지금에서야 알겠다. 엄마는 삶이 벅차 엄마를 잘 돌보지 못할 나에게 먼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 주신 거라는 것을. 한 딸을 사랑하는 한 어머니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나에게도 또한 나의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중에 내가 아무리 인생의 무게에 허덕이는 상황이 온다 해도 나의 부모님께 효도하겠다고 말이다. 독후감은 책을 따라가는지, 독후감도 두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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